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할 수 있는 확률은 2만분의 1이라고 한다. 모든 골퍼가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달성하기를
바라지만 평생 한번도 하지 못하고 채를 놓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난 뒤 홀인원을 했다는 골퍼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용꿈도 그중에 한 가지로 꼽힌다.
냉난방 공기조화기 전문 제조업체 ㈜세원기연의 최고경영자(
CEO)인 김용정(60) 씨도 홀인원에 얽힌 특별한 기억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2010년 7월20일 같은
사업을 하는 친구 2명과 경기
성남시 남성대
골프장을 찾았다. 7번홀(파3·137m)에서 아이언을 잡고 친 공이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적으로 눈에서 사라졌다. 홀의 위치가 다소 높아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있어 캐디에게 가서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홀인원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있는데 캐디가 환호성을 올렸다. 골프에 입문한 지 채 10년도 안 돼 모든 골퍼들의 희망인 홀인원의 행운을 잡은 것이다.
김 대표는 사실 그 전날 꿈에서 멋진 한 마리 용을 봤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깊고 맑은 호수에 느닷없이 커다란 용이 나타나 용틀임을 하는 꿈을 꿨다. 김 대표는 용꿈을 꿔서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고 믿었지만 그동안 아무에게도 꿈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미리 꿈 얘기를 꺼냈다가 행운이 달아나 버릴까 하는 생각에서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재수가 좋고, 동반자도 운수 대통한다는 속설 때문이었을까. 그 일이 있고 나서 정확히 1주일 뒤 회사에도 행운이 찾아왔다.
대성그룹 호텔 건립
공사와 GS리테일 안양 스키어지점 공사를 각각 21억 원과 42억 원에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회사가 그런 큰 규모의 공사를 따낸 것은 처음이었다. 최근 김 대표는 아침 회의시간에 임원들에게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해 온 용꿈을 팔았다.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회사로선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두 가지 입찰을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 회사의 CEO이면서 국제특공무술연합회 총재직을 맡고 있다. 특공무술 9단에 합기도 4단, 태권도 3단, 검도 2단 등을 모두 합쳐 공인무술 20단의 고수다. 그런 그가 골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2001년. 일가 친척이면서, 자신을 사업에 끌어들여 업체 대표로 키워준 김용석 회장이 직접 골프채를 사주며 배울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격렬한 격투기에 익숙한 그에게 섬세함과 기교가 필요한 골프는 전혀 맞지 않는 취미처럼 여겨졌다. 또 너무 쉽게 생각됐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자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운동할 때처럼 강한 타격을 위해 손목을 젖히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공을 칠 때마다 휘어져 나갔다.
오기가 생긴 그는 하루 업무가 끝나면 매일 집 근처에 있는 독산동 한서골프장을 찾아 4~5시간씩 땀을 흘렸다. 그러나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았다. 어느 날 고개를 갸우뚱하며
스윙을 하는 그에게 한 프로골퍼가 자세를 바꿔 보라고 했다. 원래 왼손잡이인 그가 오른손잡이처럼 연습하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골프채와 자세를 바꾼 뒤 그의 골프 스코어가 급격히 향상됐다. 2004년까지만 해도 타수가 90대 후반에서 더이상 나아가질 못했지만 이후 타수가 꾸준히 줄었다. 그 결과, 싱글을 기록하는 날도 종종 생겼다. 여러 운동을 섭렵한 뛰어난 체력 덕분에
드라이버로 300m를 날리는 데 지장을 못 느낀다. 보통은 220m를 꾸준히 치는 편이다.
김 대표는 사업으로 지방출장을 가야 하는 날이 많아 연습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골프장에는 한 달에 평균 4번꼴로 나가고 있다.
골프와 사업 외에 그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사회사업.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1993년부터 청소년과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기관인 한국BBS중앙연맹을 통해 학비와 등록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그가 도와준 소년·소녀 가장만 60여 명이나 된다. 2007년부터는 전국특공무술연합회장과 국제특공무술연합회 총재직을 맡고 있다. 특히 올해 경찰시험에서 특공무술이 가산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골프에 대해 “사업에 기복이 있는 것처럼 잘 풀리는 날이 있고, 안 풀리는 날도 있지만 결국은 계속 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이라며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오래된 술처럼 쉽게 친해지고 오랫동안 친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성장하던 사업이 지난해부터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그는 ‘영업의 달인’답게 “내년에는 사업과 골프에도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